1년
시간이 흘렀음을 느끼게 해주는 것들은 달력의 숫자라기보다는 전적으로 특정 사건에 의존한다. 왕복 비행기표만 끊고선 이곳에 와서 이리저리 배회했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 때 찍은 사진은 청첩장과 현금카드 그리고 명함의 사진이 되었고 그 사진을 찍었던 카메라는 한번 팔려나갔다가 다시 손에 들어오게 되었으며 (모처럼 신품으로) 또한 그 때 배회했던 그 곳은 내가 이곳에 다시 오게되면서 처음 함께 살게 된 지역이 되기도 했다.
영국 전체에서 범죄율 탑3 자리와 가장 못사는 지역이라는 이름을 늘 달고 사는 동네긴하지만 이런 묘한 느낌 때문에 뭔가 애증의 지역이 되어버린 것 같은 느낌이다. 별로 위협적인 일을 겪지도 않았고 굳이 떠나야만 할 이유가 있었던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동네를 다닐 때면 마냥 편안하지만은 않았던 곳이기도 했다. 이사오게 된 곳이 너무 좋은 곳이라 포기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작년 이맘때 Stratford Westfield에서 Brit Awards 2013 CD를 샀었다. 케이블카를 한번 타보겠다고 Canning Town역에서 찬바람을 뚫고 한참을 걸어 케이블카를 탔으며 아마도 그 날인가 그 다음날 Blackberry를 샀던 것 같다. 한국와서 금방 팔긴 했지만. 누군가가 곁을 지켜주고 있다는건, 내가 지킬 누군가가 곁에 있다는건 분명 든든한 일이다. 그 때보다 따뜻하며 그 때보다 해가 더 길어진것만 같으니까.
어쩌면 인생의 행복이라는건 불확실성을 얼마나 받아들고 즐길 수 있는지 혹은 단순히 불확실성을 얼마나 줄여나갈 수 있는지에 달려있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하지만 아주 짧은 시간이었음에도 작년의 기억과 처음의 기억이 함께하며 여전히 뭔가 애잔한 느낌으로 남아있다. 이사를 오면 Chelsea를 응원해야지 했으면서도 여전히 West Ham을 응원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이지 않을까.
돈이 생기면 Brit Award 2014 CD를 사러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