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5.255.255
취미로든 직업으로든 사진을 하는 사람들에게 255.255.255라는 숫자는 그리 달갑지 않은 존재이다. 필름카메라로 찍었던 디지털카메라로 찍었던간에 디지털화된 이미지는 대개 R, G, B 각각의 채널에 부여된 0에서 255까지의 조합으로 색과 밝기가 결정된다. 255는 색정보가 전혀 없다는 말이며 세 채널 모두가 255라는 숫자를 갖고 있다는 것은 순수한 흰색이라기보다 아예 색 자체가 없는 것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이 숫자를 보는 일을 막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며 이것 자체가 카메라의 성능을 보여주는 지표로 작용되기도 한다.
적어도 색과 관련한 테크니컬한 부분에 있어서는 완벽주의에 가까운 성향 때문에 이 부분에 무척이나 집착하던 시절이 있었다. 색과 계조. 하지만 어느새 이미지는 대부분 인터넷 상에서 소비되고 많은 사람이 접하는 이미지도 결국은 모니터를 통하게 된다. 모니터상에서 255.255.255와 254.254.254를 잘 구분할 수 있을까? 맘 먹고 구분하라그러면 구분할지도 모르지만 이미지의 소비 방식을 생각해볼 때 일부러 찾겠다고 마음 먹지 않는한 구별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이게 무슨 말을 하고 있는건지 모르는 사람도 많을테고.
디지털카메라로 촬영했을 때 하얗게 날아가버린 부분은 복구 되지 않는다. 그래서 필름을 쓰라는 사람들도 있다.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필름으로 찍은들 새카맣게 된 필름을(필름에선 밝은 부분일수록 어둡게 나온다.) 스캔하면 대부분은 그냥 비슷한 사진이 나온다. 아주 좋은 스캐너로 신경써서 스캔하면 살릴 수 있긴하지만 어차피 디지털화한다면 큰 의미 없는 일이 되고 만다. 좋은 스캐너가 집에 갖춰진 사람도 얼마 없을뿐더러 비싼 비용을 지불하면서까지 그걸 스캔하겠다는 사람도 별로 없다. 물론 필름으로 직접 암실에 들어가서 인화하겠다면 조금 다른 얘기가 되겠지만 보통의 경우 이것은 어쩌면 필름에 대한 약간의 환상 또는 향수가 만들어낸 것일지도 모르겠다.
갑자기 이야기가 다른 곳으로 새버렸다. 255.255.255가 중요하게 작용할 때는 실제 종이에 프린트할 때고 프린트 할 때 저 부분은 약간의 작업으로 커버가 가능하다. 그러니 이 부분에 너무 괘념치 말자. 잘 나오면 더 좋은건 당연한거겠지만 좀 날아가면 어떤가. 그 순간은 이미 내가 갖게 되었는데.
덧) 필름으로 사진을 시작하고 배운 사람들은 사진을 밝게 찍는 습관이 있고 디지털로 시작한 사람들은 사진을 어둡게 찍는 습관이 있다. 필름은 어두운 부분을 살려내기가 어렵고 디지털은 밝은 부분을 살려내기가 어렵다. 둘 다 함께 사용하다보면 난감할 때가 있다. 이것도 습관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