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ative Apiaries / En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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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낭비한다는 것

사람이 붐비는 식당에 가면 먼저 온 순서, 주문받은 순서대로 착착 음식이 나오는게 지극히 정상적이고 당연한 일이겠지만 사람이 하는 일인지라 종종 순서가 뒤죽박죽이 되는 경우를 보게 되는데 이런 경우엔 십중팔구 여기저기서 '제껀 왜 안나와요?', '제가 먼저 온 것 같은데요'라는 소리가 들려오기 마련이다. 뭐 그럴 수 있다. 소중한 시간을 빼앗겼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고 내가 저치보다 먼저 자리와 주문을 했는데 새치기 당했다는 기분이 들 수도 있으니까.  

그런데 잠시도 기다리지 않고 터져나오는 이런 소리들을 들을 때면 그 짧은 시간이 우리 스스로에게 어떤 의미인지 궁금해질 때가 있다. 예를 들어 17분이란 식사시간을 반드시 준수해야만 스마트폰이 말해주는 대중교통 도착 알림 시간에 댈 수 있는건지, 눈코뜰새없이 바쁜 와중에 겨우 짬을 내어 먹는 식사가 만들어 낸 약간의 시간낭비가 겨우 낸 시간을 축내는 것이 몸서리쳐지게 싫은 것인지, 평소에는 그러지 않다가도 길에서 우연히 마주친 직장상사의 괜한 농담에 괜히 짜증이나서 그 약간의 시간에 애꿎은 화풀이를 하는 것인지. 각자의 사정이 있고 나름의 이유가 있을꺼라고 생각한다.

 

그럼, 이 시간들은 모여서 어디로 가는걸까. 이런 시간들을 한군데 모두 모아서 시간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나눠줄 수는 없는걸까. 시간을 품앗이 하는거지. 그럼 다들 좀 더 여유로워지지 않을까. 시간 좀 낭비한다고 크게 달라질 일은 없을텐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