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ative Apiaries / En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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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름 정리

참 오랜만에 필름을 정리했다. 2010년에 사둔 라벨 용지를 이제야 쓰다니 나도 참 부지런해지기는 어려운 사람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결국 이전에 찍은 수많은 필름들은 정리를 포기하고 (사람을 써야할 듯...) 작년 이 곳으로 넘어오면서부터의 필름이라도, 지금부터라도 제대로 정리를 해보자는 생각으로, 필름이 더 많아져서 또 정리를 포기하기 전에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정리를 시작했다. 중요한 작업 필름들도 포함되어 있으니 말이다. 정리하면서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2013년 9월부터 연말까지 10롤 밖에 찍지 않았다는 점. 그 중 네롤은 135필름들이니 4x36 = 144, 여섯롤은 120필름이니 6x12 = 72. 도합 216컷에 불과하다는 사실. 물론 디지털로 끄적끄적한 것들도 있고 그 당시 살던 동네가 그다지 안전해보이지 않아서 카메라를 잘 못들고 다닌 탓도 있긴하지만 - 살기에는 안전했다. 다만 뭔가 사람들이 큰 덩치의 카메라를 봐도 괜찮을까 하는 부분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 - 참 안찍긴 했다. 안전에 대한 기분 외에도 학교에 적응하느라 정신이 없었던 탓도 있었겠지. 어쨌든 오늘까지 찍은 총 필름은 55롤. 2014년들어 4월까지 45롤을 소모했고 그 중 테스트샷을 포함한 작업과 직접적으로 관련된게 24롤, 스코틀랜드 사진들이 9롤이니 일상을 기록한 것들은 12롤 밖에 되지 않는다. 아직 현상하지 못한 - 돈이 없다 - 크로아티아 필름이 14롤 더 있으니 2014년 4월까지의 기록은 총 59롤이다.

많이 찍을줄 알고 잔뜩 챙겨온 필름 속지는 그대로 쌓여있는데(300장 넘게 있는듯...) 읽어야할 것들도 써야할 것들도 잔뜩이다. 학교도 시작할만하니 어느새 끝이 보이는데 조금 더 부지런해져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