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밝으면 블로그를 다시 열고 조금씩 나의 생각들을, 모습들을, 그리고 흔적들을 정리해서 남겨야지 하는 마음을 먹고서는 어느새 2014년의 1/12이 훌쩍 지나버린 시점이 되었습니다. 변한 것들은 또 마치 원래 그랬던 것인양 그대로인 것들이 되었고 또 그 안에서 조금씩 변화를 거듭해갑니다. '정-반-합'을 완전히 믿고 따르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무엇인가가 서로 영향을 주고 받아 조금씩 다른 모습을 갖춰나간다는 사실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정반합'이라는 단어에서 드는 거부감은 무엇이 정이고 무엇이 반인지 알 수 없음에서 비롯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말 쓰려고 한건 아닌데 또 생각이, 말이 꼬리를 물고 서로 이어져 갑니다.
한국을 다시 떠나와서 이곳에 다시 정착하고 - 정착이라는 말이 그리 적합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만 - 공부하고 일하고 생활하면서의 느낌은 처음에 이 곳에 왔을 때와는 사뭇 다른 느낌입니다. 딱 맞는 곳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하지 않습니다만 이곳이 정말 살기 좋은 곳인지에 대한 의문이 생기기 시작했고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생각을 다른 차원에서 다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무언가 조금씩 정리되어가는 느낌이고 좋지 않았던 과거는 하나씩 지워지고 있으며 시간이 흐를수록 다시 예전의 좋았던 모습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그것이 무엇때문인지는 명확하지는 않지만 내 주위 모든 것들이 나를 다시 그렇게 만들어가고 있는거겠죠.
학교는 수업을 시작했지만 다른 방식과 다른 사람들 사이에서 헤메는 첫학기를 보냈습니다. 예전에 해뒀던 작업을 재활용할 수 없었다면 엉망이 되어버렸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함께 공부하는 동료들은 참으로 답답했고 과정은 혼란스러웠습니다. 내 진로가 걱정이 되었고 가족의 미래가 걱정이 되었습니다. 사진을 찍고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 폭풍같은 에세이를 끝내면서야 비로소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건지 앞으로는 어떻게 해야할 것인지에 대한 것들이 와닿기 시작했습니다. 문제는 좀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리고 더 해야할 것 같은데 벌써 끝이 보인다는거지요. 시작하자마자 끝이라니. 어쩌면 모든 일에서 모든 사람이 겪는 감정이 아닐까합니다. 그나마 그 사실을 인지하게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한단계 발전한거라고 믿어봐야하는거겠죠.
어쨌든 내 지식의 범위는 더 넓어졌고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디에 관심이 있는지는 어느정도 알게 된 것 같습니다. 이제는 내 사진이 어떻게 하면 더 좋아질것인지에 대해 고민하면 될 것 같습니다. 주위에서는 모두 좋다고 해주는데 주위에서만 그런 얘기를 듣는다는건 무척이나 위험한 일이란걸 알고 있습니다. 스스로 답을 찾아야하는거겠죠. 어쩌면 내 자존심의 문제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조금씩 타협해가고 있습니다. 오기전에 계획한 작업들을 하고 있고 남들과는 많이 다른 길을 걷고 있는 것 같지만 그래도 만족스럽습니다. 책을 한권씩 읽을 때마다 작업 준비를 위한 테스트컷들의 contact sheet이 하나씩 늘어갈 때마다 통장 잔고는 줄어가지만 그래도 행복합니다.
공모전을 준비하고 펀딩을 알아보며 이후 과정을 찾아봅니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들이 더 나은 내가 되게 만들어줄 것이라 믿습니다. 적어도 내가 열심히 하는 만큼은 그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즐겁습니다.